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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년만의 세번째 달리기(5K) 산책과 달리는 것

2018년 9월 18일(화) / 5K / 19도

복장: 
유니클로 드라이 EX 반팔 티셔츠(검정), 
아식스 반바지(검정), 
나이키 드라이핏 양말(검정), 
아식스 젤카야노 러닝화
*손에 휴대폰 들고 블루투스 이어폰 끼고 '10K 플레이 리스트' 들으면서

어휴 덥다 더워 @_@
달리러 가기 전에 집에 있을 때는 너무 추워서 창문을 거의 다 닫아놨었다.
온도를 확인해보니 19도길래 15도 이상일 때는 무조건 반팔만 입고 뛰기, 를 명심하고
반팔 반바지를 입고 괜찮을까...? 하고 나왔는데
뛰고 들어온 지금 더워 죽을 것 같아 헥헥.
땀이 아주 주륵주륵 흐른다.

난 땀이 없는 체질이었는데(그래서 베트남에서 땀도 제대로 못 흘리고 얼굴이 열로 터질 것 같았지)
달리기를 하면서 내 몸의 땀구멍들이 모두 열린 것 같다.
후후.
땀흘리는 거 완전 개운해!

좀 어질어질하긴 한데 이게 안 뛰다가 뛰어서 그런 건지
지금 어제부터 컨디션이 별로라 그런 건지는 확신할 수 없음.
어제부터 체한 느낌이 쭉 지속되고 있었는데 관련이 있을까?
어쨌든 좀 어지럽군.

첫 날은 3K
둘째 날은 30분을 달렸고
대망의 셋째 날...! 두구두구두구!
오늘은 5K를 달리기로 스스로 마음 먹었었다.

한참 달릴 때는 쉬어 가는 날에 5K를 달렸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5K도 어마어마한 거리.
30분에 5K를 달리는 것은 꿈도 꾸지 않고요.
40분 안에만 달리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 달리기를 하루, 이틀 정도만 쉬고 계속 달려야 했는데
어제 일이 있어서 뛰질 못했다 ㅠ
삼일을 연이어 쉬어버렸던지라 오늘도 쉬어버리면 다시 달리기 시작한 게 거의 무효로 돌아갈 지점이라!
오늘은 반드시 뛰리라 결심했다.

절대 무리하지 말고 느리게, 느리게 뛰자를 결심하면서!
오늘까지 반납해야 할 책을 집앞 도서관에 반납하고 안양천으로 내려가서 가볍게 준비운동을 하고
런키퍼 어플을 켜고 달리기 시작!

느리게, 느리게, 숨차지 않게를 되뇌이며 달리는데
5km를 다 달릴 수 있을지 걱정이 계속 되었다.
원래 1km마다 알림 오게 설정해놓는데
오늘은 멘탈을 다스리기 위해 0.5km로 설정해서 계속 쪼아대는 어플 소리를 들어가면서 달렸다.

2.5km까지 순조롭게 달리고 턴해서 이제 돌아갈 차례.
며칠 전엔 달리는 사람이 그렇게나 많더니 다 중동에 갔는지 오늘은 3-4명밖에 못 본 것 같다.
5km를 다 뛰어야 돼! 아니면 40분 달려야 돼! 하는 생각을 막 하면서
오바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흙, 지난번 30분 달릴 때 막판에 너무 힘들었어.

속도는 늦어도 돼, 난 오랜만에 달리는 사람이잖아, 몇 년을 안 뛰었는데 지금 느린 건 당연해!
생각하면서 천천히- 천천히- 0.5km씩 달렸다.
그래도 조금씩 남은 거리가 적어진다는 걸 아니까 마음이 조금씩 편해진다.

힘들긴 힘들었다.
난 코로만 숨을 쉬는 파인데 숨이 가빠지면 입이 벌어지려고 하기 때문에
자꾸 자제하려고 했다.
아주 느리게 뛰어도 상관없다~

지난번엔 다리가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오늘은 약간 신경쓰이는 부위들이 있어서 그래서 더 신경썼다.
오른쪽 다리 정강이가 한번 아주 가볍게 찌릿 정도 했고
발 뒷꿈치가 좀 불편했다.

그건 신발이 바뀐 탓도 있을 것 같다.
이제까지 신던 아디다스 부스트가 더 편한 신발이라서-
아식스 젤카야노도 신다보면 편하긴 한데 새롭게 신으면 뭔가- 작은 느낌? 
뭔가 모양이 나랑 딱 맞진 않는 것 같다.
다음엔 그냥 아디다스 신고 나와야지.

어쨌든 마지막 0.5km가 남고
마지막 100m 이하로만 전력질주하자, 저기 저 다리까지 가면 거리 확인하고 잠깐만 전력질주 하자 생각하고 달리다가 드디어!!! 그 다리에 도착해서 어플을 보니까 어라 겨우 20m남았네.
그래서 전력질주를 하는데 무슨 이게 내 다리 맞나 싶을 정도로 다리가 가볍게 쌩쌩 날아가는 것 같은 느낌.

그래, 그렇지.
마라톤 나가서 존나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도
마지막 결승골이 보이면 대체 이 힘이 다 어디 있었지 싶을 정도로 발이 슝슝 날아가는 그 감각.
오랜만에 달리니까 5K 달리면서도 이런 느낌이 드는구나 싶었다.

오래 안 달렸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체력은 남아 있구나 싶기도 했고.
어플을 확인해보니 마지막 부분 페이스는 무려 3:40 페이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쳤네.
근데 진짜 나는 것 같았다.

내 옆에 걸으시던 부분 쟤 뭐야 하셨을듯. 
느리게 달리다 갑자기 초 전력질주 해서 ㅋ

아무튼 목표로 한 대로 5K 다 달리고 돌아오는 길은 발걸음이 가벼웠다.
땀은 뻘뻘 나고.
희한하게 달리기 하고 땀을 뻘뻘 흘리는 건 부끄럽지도 않고 기분 좋단 말이야.
주위가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다.

그러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대전 동물원에서 탈출했던 퓨마가 결국 사살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
평생 외롭게 동물원 우리에 갇혀 살다가 잠시의 자유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죽었구나.
포획되었더라면 재미있는 에피소드였을텐데.
대전에 한번 보러 갔을지도 몰랐을텐데.

진짜 인간이라 미안하다, 수많은 동물들아.

어쨌든 물 한잔을 시원하게 쭉 마시고
이걸 쓰다보니 이제 땀이 식었네.
얼른 후르륵 씻고 와야지.

세번째 달리기가 있었으니 네번째 달리기도 있겠지?
가능하면 하루만 쉬고 다시 달리자.